사람과 사람 사이, 그 아득한 거리감
사람과 사람 사이의 아득한 거리가 생긴다.
사람을 사람에게로 밀어 넣었다. 손을 내밀고, 마음을 열고, 온기를 전하려 애썼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싸늘한 침묵, 혹은 어색한 미소, 때로는 날카로운 비수였다. 사람이 사람답게 다가오지 않을 때, 그 간극은 마치 심연처럼 깊고 넓어져 도저히 건널 수 없는 강이 된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이 어렵다. 젊은 날의 혈기와 패기로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세상이라는 캔버스에 덧칠해진 수많은 경험과 상처들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세워 놓았다. 그 벽은 때로는 오해로, 때로는 불신으로, 때로는 무관심으로 단단하게 쌓여간다.
어릴 적, 우리는 모래성을 쌓으며 친구를 만들고, 술래잡기를 하며 웃음을 나누었다. 그때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진심을 읽을 수 있었고, 작은 손을 맞잡고 함께 뛰놀며 세상을 향해 나아갔다. 그러나 어른이 된 우리는 복잡한 계산과 이해관계를 따지며 서로를 재단하고, 가면 뒤에 숨어 진짜 얼굴을 감춘다.
길을 걷다 문득 스치는 풍경 속에서 어린 시절의 친구들을 떠올린다. 낡은 놀이터, 해 질 녘 노을, 골목길에 울려 퍼지던 웃음소리. 그 시절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순수하고 솔직한 마음으로 서로를 향해 손을 내밀었던 그때처럼, 지금도 그렇게 다가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세상은 녹록지 않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상처와 아픔을 안고 살아가며, 타인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 때로는 방어적인 태도로, 때로는 냉소적인 시선으로 서로를 밀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끊임없이 사람을 갈망한다. 외로움과 고독은 인간의 본능적인 두려움이며, 우리는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본다. 상처받을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실망할 것을 걱정하지 않으며,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어 본다. 비록 그 손길이 외면당할지라도, 혹은 오해를 살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향해 다가가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는 어쩌면 영원히 좁혀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거리를 좁히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성장하고 성숙해진다.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고,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며, 진정한 관계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오늘도 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그 아득한 거리를 좁히기 위해 한 걸음 내딛는다. 비록 그 길이 험난하고 멀지라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묵묵히 걸어간다. 언젠가 서로의 진심이 닿아 따뜻한 온기를 나눌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어쩌면 사람과의 관계는 끝없이 반복되는 질문과 해답을 찾는 여정일지도 모른다. 그 여정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상처받고 또 치유하며, 실망하고 다시 희망을 품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람을 놓을 수 없다. 사람은 결국 사람에게서 위로받고, 사람에게서 힘을 얻으며,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이가 들수록 사람이 어려운 이유는, 그만큼 더 깊이 사람을 이해하고 싶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단순한 관계가 아닌, 진정한 소통과 공감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깊은 관계를 갈망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그 아득한 거리를 좁히기 위해 작은 노력을 기울인다. 따뜻한 말 한마디, 진심 어린 눈빛, 작은 배려와 이해. 그런 작은 노력들이 모여 언젠가 우리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서로에게 따뜻한 위안이 되어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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